오후4시의희망

Norma Winstone - Distance

시월의숲 2014. 10. 20. 00:07




어쩐지 스팅이 불렀어도 어울렸을 것 같은 노래다. 이국적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어떤 스토리가 있거나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도 아닌 지극히 단순한 장면들일 뿐인데!)과 생각에 잠기게 하는 멜로디와 음색이 묘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오래전에 나온 앨범인데, 나는 이제서야 이 가수의 이름과 음악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그는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가끔 그의 블로그에 가서 그가 올려놓은 장문의 글(주로 음악에 관한)과 음악을 훔쳐보고 듣는다는 것을. 그는 주로 내가 알지 못하는 음악들, 제3세계의 뮤지션이나 생소한 장르의 음악에 관해 다소 지루하다 느껴질 만큼 긴 글을 올려놓곤 하는데, 나는 어쩐지 잊어버릴 만하면 그의 블로그에 가서 그의 글을 보게 된다. 사실 종이가 아닌 모니터를 보고 읽는 것이라 웬만큼의 흥미를 자극하지 않는 이상, 한 호흡으로 긴 글을 읽기가 쉽지 않기에, 대부분의 글은 다소 건성으로 읽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실 그의 글은 어떤 뮤지션의 디스코그래피나 영화감독의 필모그래피, 혹은 작가의 바이오그래피를 읽는 것처럼 건조하고, 정보의 나열식인 경우가 많아서 사실 읽다 보면 좀 흥미가 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정보의 방대한 나열이, 나에게는 무척 놀랍고 신선하게까지 다가오며, 그로 인해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자신이 매료된 어떤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거창하게 말해서 자신의 영혼을 사로잡은 작품이나 작가에게 바쳐진 나름의 헌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것.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게 나열된 정보와 중언부언의 과장됨을 걷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한 줄의 문장뿐이라 하더라도. 그 한 줄의 문장을 쓰기 위해 그는 그렇게도 많은 문장의 숲을 만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