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부산강아지

시월의숲 2015. 12. 7. 01:06



처음에는 그림인 줄 알았다.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마을에 꾸며져 있는 벽화나, 미술작품처럼 그냥 거기 그렇게 있는 것인줄 알았다. 예전에 안동의 벽화마을에서 보았던 강아지 그림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던(마치 정지화면처럼) 개의 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집과 집 사이의 좁은 통로 위로 개 두 마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물어버릴 것 같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표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졌다. 나는 이상하게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으나(오로지 내가 본 것이라고는 나와 같은 관광객들 밖에 없었으나), 개 두 마리만은 확실하게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곳에도 누군가, 무언가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그 느낌 때문이었을까? 어쩐지 나에게 부산은 갈매기가 아니라 강아지로 기억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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