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은 것일까

시월의숲 2015. 12. 17. 00:10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원하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것일까. 혹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원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큰 변화를 바라지 않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일까. 안정된 삶. 나는 그것을 쫓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냥 이리저리 휩쓸리듯 살아온 것이다. 내가 한 생각이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특별히 하고 싶은 분야도,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없이 그저 주어진 대로 묵묵히 하는 것. 나는 그것을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사람들을 만날수록 그 생각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저 묵묵히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기에는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어쩌면 타성에 젖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변화를 싫어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어딜가나, 무슨 일을 하나 고만고만한 고민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딜가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하지만 진정 그런가. 나는 지금 눈 앞의 익숙함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생각해야만 한다. 어차피 내 삶은 내가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고, 그 누구도 내 삶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득 홀로임을 자각할 때, 그때가 진정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기임을.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의미함에 대해 쓴다  (0) 2016.01.12
어쩌면 아주 잠시 기절했던 것일지도  (0) 2016.01.07
더딘 하루  (0) 2015.12.16
나중에 하는 이야기  (0) 2015.12.12
부산강아지  (0) 201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