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어쩌면 아주 잠시 기절했던 것일지도

시월의숲 2016. 1. 7. 23:21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간 것도 같고,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나간 것도 같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일수도 있고, 아주 짧은 시간이 오래도록 지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이든 지금은 불에 탄 자국처럼 선명하게 느껴지는 화끈거림, 얼떨떨함만이 강렬하다. 어쩌면 나는 아주 잠시 기절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보니 '지금'이 되었다. 지나가버리는 시간 속에 '지금'이란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부질없는 의문이, 갑작스럽게 나를 사로잡는다. 밤사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가 낮이 되면 영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지속되고 있다. 겨울같지 않은 겨울이다. 익숙했던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는 시절이다. 때가 되면 나가고, 때가 되면 다시 들어와야 하는, 삶의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익숙함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내게 견디기 힘든 일이다. 얼떨떨함은 그래서 생겨난다. 기절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래서 생겨난다. 책을 읽기 힘든 시절이다. 그래서 더욱 힘든 시절을 지금 지나고 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간 것도 같고,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나간 것도 같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일수도 있고, 아주 짧은 시간이 오래도록 지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잠시 기절했던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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