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던, 벗어나 도달한 곳이 다시 벗어나야 할 곳이 되던 시절, 밤과 낮이 같고 여름과 겨울이 같고 오늘과 내일이 같은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과 별다르지 않았다. 당시는 그걸 몰랐다. 생의 가장 참혹한 시기를 지나는 줄 알았다. 그 시절을 건너고 나면 또다른 시절을 건너기 위해 발목을 적셔야 한다는 걸 알 수 없었다.(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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