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적응하려고 애쓸 뿐이에요

시월의숲 2016. 7. 2. 22:31

일주일 동안 저녁마다 술을 마셨다. 잘 마시지도 못하고, 마셔서도 안되는 술을 일주일 내내 마시니,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많은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그러지도 못하지만), 매일 마셔야 했기에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일터에서는 인사이동이 있었고, 나 역시 기존에 하던 업무가 아니라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다. 내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된 것이 나 자신의 의지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의지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나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으로 결심한 것이지만,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어쩌면 술을 계속 마시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시기가 오면 우리 모두는 이곳을 떠나게 되겠지만, 누군가는 가고 또 누군가는 오는 이 시기가 나는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업무 인수인계를 하려하니 착찹한 기분이다. 어떤 확신이 서지 않아서일까? 혹은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그 두 문장은 같은 의미인가?) 혹은 익숙함을 버리고 낯선 곳을 찾아간 느낌이 들어서일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늘 적응하면서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적응에의 노력은 늘 이렇게 낯설고 이상한 일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고, 텔레비전에서는 장마가 온다고 떠들어대고, 날씨는 훨씬 무더워졌고, 나는 또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엘리스가 되었다. 이상한 사람들과 이상한 일들을 이상하게 해야만 하는 곳.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늘 그렇듯, 적응하려고 애쓰는 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