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빗소리에 젖다

시월의숲 2016. 7. 6. 22:11

계속 비가 온다.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다. 언제까지 오려는지 모르겠다. 일기예보는 다음주까지 비를 예고하고 있다. 작년에도 장마는 있었고, 태풍도 왔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내리는 저 비가 생전 처음 맞는 비같다. 본격적으로 비가 온지는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지루하다고 느끼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업무가 바뀌어 정신 없이 일하고 있는 요즘, 시간이 빨리 가는 것도 같고, 무척 느리게 가는 것도 같다. 고갤 들어보면 반나절, 하루가 다 갔지만, 고갤 들어 두리번거릴 때마다 창밖엔 여전히 비가 오고 있다. 계속 어떤 한 자리, 한 지점, 한 장소만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게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일까. 어쨌거나 오랜만에 하루종일 울리는 빗소리에 귀가 흠뻑 젖는다. 빗소리로도 젖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몸과 마음 모두. 이 비가 그치면 뜨거운 태양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니 우울해하지 말고 이 비를, 빗소리를, 모든 사물에서 나오는 음들의 어우러짐을 기쁜 마음으로 즐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