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소수서원에서

시월의숲 2017. 6. 1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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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어딘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 특히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볼 때 흔히 하는 말일텐데, 나는 그 말에 어떤 강박성이 느껴져서다. 아는만큼 보이므로,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그 지역에 관한, 그 문화재에 관한 역사와 사연을 알아야만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본 소수서원은 예전과는 다른 감흥을 주기에 충분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누군가의 사연에 귀기울인다는 건, '어쩌면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어떤 '시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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