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소나무숲을 거닐다

시월의숲 2017. 6. 6. 02:04










*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별거 아닌 일에 나는 왜 자꾸만 화가 나는지.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라고 김수영은 말했다지만, 어찌 감히 비교할 수 있을까. 그의 반성은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와 월남파병 반대라는 대의를 위해서 희생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었지, 나처럼 좁은 속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당연히 아니었을 테니까. 생각할수록 우습고, 생각할수록 부끄럽다. 아, 이런 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소나무로 가득한 숲에 대해서, 그 숲에서의 가벼운 산책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는데.


어쩌면 나는 조금 덜 진지해져도 좋을 것이다.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수서원에서  (0) 2017.06.17
삼척에서  (0) 2017.06.12
서원과 서원을 둘러싼 것들  (0) 2017.06.04
별들의 축제  (0) 2017.05.28
장미의 계절  (0) 2017.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