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가을빛

시월의숲 2017. 11. 6. 22:23



*

늦은 오후, 가을빛으로 충만했던 날.

용문사 가는 길에는 초간정도 있다. 아니, 초간정에 간 김에 용문사를 보는 건지도.




*

언제나 내 사진은 초점이 조금씩 흐려져 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나는 늘 조금씩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내 손.

손이 떨리는 것인지, 마음이 떨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손의 문제인가, 마음의 문제인가.

손의 문제라면 손의 문제대로, 마음의 문제라면 마음의 문제대로 나름 문제가 있다.

도대체 왜? 내가 왜 떨고 있는가? 라는 문제.

이 떨림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감정의 미세한 파동 때문일까.

아름답거나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을 대할 때면 느껴지는?

아, 나는 얼마나 작은가.

나는 얼마나 가벼운가.

얼마나 투명한가.

이것이 내가 투명하다는 증거라면.

정말 그렇다면.



- 2017. 11. 5. 초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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