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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고, 아무런 말도 하기 싫고, 그 누구에게도 무슨 말이든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에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났고, 여행을 떠났다. 나 혼자만 있다면 더욱 견디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좀 두렵기도 했다. 여행 첫날의 날씨는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온통 뿌연 회색빛으로 가득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은 어지러웠지만, 자칫 우울할 뻔 했던 여행을 간신히 지탱할 수 있게 해 준건, 누가 뭐라해도 내 곁에 있는 가족들이 아닌가 생각했다. 문득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우리 가족들도. 가족들이 옆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급작스럽게 외로워지기도 했지만, 만약 가족들이 없었다면 나는 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검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 때마다 옆에서 큰 소리로 나를 부르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웅다웅, 시끌시끌, 야단법석이지만, 그것이 나를 지탱하는 하나의 끈이라는 걸.
- 2017. 12. 30.~31. 제천, 단양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