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창궐

시월의숲 2018. 10. 27. 17:37




영화 <창궐>은 야귀라고 하는, 조선시대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다. 예고편을 봤을 때 무척 기대가 되는 영화가 있다면 반대로 예고편만 보고도 실망하게 되는 영화가 있는데, <창궐>은 후자에 속했다. 영화의 제목과 줄거리만으로 기대를 했다가 예고편을 보고 살짝 실망을 했는데, 그것은 예고편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를 기대했는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예고편에서 보았던 것처럼 단순한 좀비물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영화관에서 본 <창궐>은 예고편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영화를 보는 내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좀비가 나오는 <부산행>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렇게 비교를 하고 보니 <창궐>이 얼마나 상상력 없고 밋밋하며 단선적이고 진부한 이야기인지 느낄 수 있었다. 좀비가 나오는 영화인데도 긴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종종 내뱉는 현빈의(이청 역) 유머러스한 대사는 그리 웃기지 않았으며,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식상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왜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게 전형적이고 그렇게 평면적인지, 하물며 백성은 전혀 관심이 없는 날라리(?) 세자인 주인공 현빈이 결국은 백성(!)을 생각하게 되는 인물로 변모하게 되는 상황조차도 왜 그렇게 판에 박은듯 지루하기만 한지 말이다. 같은 좀비가 나오는 영화로서 <부산행>을 이미 봤다면, <창궐>은 그보다 좀 더 낫게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 어쩌면 <부산행>이 너무 잘 만든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인 면만 이야기한 것 같은데, 나름 조선시대 좀비라는 소재는 신선했고, 그것을 '야귀'라는 말로 표현한 것은 너무나도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소재를 잘 활용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도 컸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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