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유전(Hereditary)

시월의숲 2018. 6. 10. 16:40





마침 시간이 남아 영화를 보기로 했다. 떠들썩한 쥬라기 월드 말고 다른 걸 보고 싶었는데, 얼마전에 예고편으로 보았던 유전이 개봉하고 있었기에 망설임없이 표를 끊었다. 마침 시간이 딱 맞기도 했다.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예고편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과 피를 철갑한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건  이 영화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면의 어떤 감정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 나는 이 영화를 보는내내 뭔가 불편하고, 불쾌하며, 불안했다. 그건 무섭다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어떤 것이 보다 근원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포라는 감정보다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앞섰고, 그것이 때로 불쾌함을 주었으며, 때로 공포감을 주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여느 공포영화와는 다른 지점을 노리고 있고, 그것이 유효했다, 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내 예상과 다르게, 유전이라는 것이 집안의 정신병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것도 이 영화에서는 유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종교적인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도 신선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저지르는 일이 대대로 내려오는 어떤  저주 때문이라면 어찌 공포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스스로 빠져드는 아이러니를 이 영화는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우리를 불안과 공포의 감정으로 밀어넣는 것은 다름아닌 배우들의 연기다.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애니 역의 토니 콜레트는 물론이거니와 찰리 역의 밀리 샤피로는 그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음악. 예고편에 나오는 음악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러 가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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