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보헤미안 랩소디

시월의숲 2018. 11. 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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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를 보고 싶기는 했으나, 그것은 그저 뭐, 괜찮겠네, 하는 정도여서 영화를 보러 갈 것이라는 구체적인 결심을 서게 만들지는 않았다. 음, 그래 퀸이라는 그룹이 있었지, 프레디 머큐리였나? 익숙한 곡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그의 삶은 어땠는지 모르겠네, 하는 정도.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프레디 머큐리가 죽은 해에 아직은 초등학생이었으니까. 당시에 나는 퀸도, 프레디 머큐리도, 보헤미안 랩소디도 모두 모르고 있었으니까.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내가 그의 이름과 노래들을 알게 되었는지(사실 안다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시절 퀸의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면 아마 다 나와 같지 않을까. 그의 노래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거의 클래식처럼 되풀이되어 나왔을 것이고, 나는, 우리들은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듣고 자라왔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영화를 보면서 아, 그 노래가 그 노래였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렇다. 그 모든 음악들이 다 퀸의 노래였다니! 나는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것은 시간을 뛰어 넘어 아직도 여전히 생생하게 가슴을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20분간의 공연은 정말 압권이었다. 사실 나는 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영화에서 처음 보았다. 처음 보았으나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생전 처음 보는 프레디 머큐리의 공연 영상에 이토록 가슴이 뛸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그 장소에서 퀸의 음악을 들었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그 공연을 보고 벅차는 감동을 느낀다. 정말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지 않은가.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지인 때문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어쩌면 못 보고 넘어 갔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정말 감사한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라는 한 인간의 전기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란 듯 하지만(한 인간을 깊게 들여다본다기보다는 넓게 훑어보는 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 때문에 충분히 강렬하고 인상적인 영화가 되었다.(감독이 브라이언 싱어라는 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섹시하고 매력적이며 강렬한 영화다. 프레디 머큐리는 죽었지만 그의 음악은 불멸이 되었다. 아니다. 그의 음악이 불멸인 한, 그도 불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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