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우리는 단 한 번만 사랑한다

시월의숲 2018. 12. 1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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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 한 번만 사랑한다. 그리고 이 단 한 번의 사랑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13~14쪽,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문학과지성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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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난 듯, 책장 앞에 서서 책들을 훑어본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책을 집어 든다. 그리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다. 그렇게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에 나오는 저 문장을 읽었다. 내 지난 블로그를 찾아보니, 나는 이 책을 2013년에 읽었다(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흐른거지?). 하지만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을 옮겨 놓았을 뿐, 이 소설에 대한 감상문은 쓰지 않았다. 다만, 무척 난해하고 독특한 이 소설을 읽기가 무척 힘들다는 투덜거림만 남겨 놓았을 뿐. 처음부터 정색하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군데군데 펼쳐서 읽어보니, 무척 매혹적인 소설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문장들도 많았지만. <은밀한 생>을 읽었을 때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어딘가 달라졌는가, 여전히 그대로인가. 모르겠다. 알 수 없다. 그렇게 모르는 채로, 도무지 알 수 없는채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확실한 건 그것 뿐이다. 이것이 삶의 아이러니인가? 파스칼 키냐르는 말한다. 우리는 단 한 번만 사랑한다고. 어쩌면 나는 끝까지 그것을 찾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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