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월의숲 2018. 12. 28. 21:37

인간이란 무엇인가. 거창하게 시작하긴 했지만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궁금할 뿐이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도 인간으로 분류되지만 도무지 인간이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오늘 감기로 인해 혼몽한 정신으로 일을 하면서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어제 먹었던 약기운이 떨어져서인지 오후부터는 머리도 아프고, 정신이 혼몽해지면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말을 하긴 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문서에 적힌 글자를 읽기 힘들어서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말이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서 나에게 말의 홍수를 쏟아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해하기 힘든 지시와 이해하기 힘든 발상들. 내 직장 상사는 소위 갑질이라고 할만한 말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쏟아내었고, 천성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재주를 가진 또 다른 직장상사는 오늘도 자신의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내뱉는 말들이 나를 찌르는 것만 같아 신경이 날카로웠다. 앞 일은 알 수 없다지만, 나는 예측하지 못해도 너무나 예측하지 못해서(혹은 단순히 귀찮기 때문에), 매번 당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앞가림을 잘한다지만(그것이 앞가림인지 이기적인 것인지 헷갈리지만) 나는 도무지 내 앞가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매번 당하기만 한다. 결국 모든 것이 나 스스로의 결정 때문이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인 것이다. 스스로 느끼는 어리석음과 주위에서 들려오는 신경을 갉아먹는 말들로 인해, 안 그래도 혼몽한 정신에 더욱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편의점에 들러 감기약을 사고, 삼각김밥과 빵을 사서 집으로 오는 길에 다시 한번 더,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왜 인간은 인간들끼리 모여 살려고 하는가. 왜 서울에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일까. 죽을 만큼 싫어지는 것도 인간이라면, 또 그만큼 사랑하게 되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일까. 인간은 인간에 의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인간에 의해 치유되기도 하기 때문일까. 정말 그런 것인가. 삶을 살면 살수록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자꾸 회의적이 된다. 인간이란 이해할 수 없는 존재고 나 또한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우리는 늘 오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들은 인간을 말한다. 인간들 간의 관계를 말한다.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결국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그것은 결국 인간들이란, 인간들의 관계란, 그들의 삶이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우리의 바람 혹은 꿈일 뿐이기 때문은 아닌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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