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그 실에 대해 그녀가 처음으로 말했을 때 그는 대답했다.
그걸 사랑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알기로 사랑이란 것은 감정인데, 강렬하게 생겼다가는 사라지고 뜨거워졌는가 싶으면 환멸 속에서 식는 무엇인데, 이 실과 접지의 느낌은 무색무취인 데다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고요함이어서 거의 인간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오히려 더 진지한 고백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 그만두었다.(30~31쪽, 한강, <작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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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행동에 동력을 부여하는 것은 의식화된 신념이다. 도를 넘는 무시무시한 행동은 도를 넘는 무시무시한 의식화와 신념을 필요로 한다. 사람이 쉽게 사로잡힐 수 없는 무시무시한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은 사람이 쉽게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행동을 쉽게 한다. 이념과 종교는 종종 인간의 비정상적인 행동들에 동기를 제공하는 신념체계로 작동한다. 이때 이 이념과 종교가 제공하는 신념은 일종의 알리바이다. 그러나 그 알리바이조차 필요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행동에 동력을 제공하는 신념의 의식 안쪽으로 숨었을 때에야 비로소 도를 넘는 상식 밖의 행동들은 제 모습을 보다 확실히 드러낸다. 그 신념이 표면에 달라붙어 있을 때 행동은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어서 작위적 요소를 완전히 벗지 못한다. 외부에서 달라붙은 그것이 몸의 일부가 되어 떼어지지 않을 때, 어디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구별되지 않아 자기주장을 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 흡수의 방식으로 사라졌을 때, 완전히 흡수되어 눈에 띄지 않게 되었을 때, 없는 것처럼 되었을 때, 신념도 의식도 없이 오로지 소리치고 움직이는 몸뚱이만 있는 것처럼 되었을 때, 비정상적인 무시무시한 행동들이 아무렇지 않게, 비정상적이지 않고 무시무시하지도 않은 것처럼, 원래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말하자면 순수한 짐승의 차원. 그들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필요가 없어진 상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 일을 한다.(148~149쪽, 이승우, <소돔의 하룻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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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 깊은 곳엔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거나 침입할 수 없는 방 같은 게 있잖아.(192쪽, 정이현, <언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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