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남이섬

시월의숲 2019. 10. 27. 14:10



다녀온 지는 좀 되었으나 이제서야 사진을 올린다. 10월 초에 고모가 있는 춘천에 갔다가 남이섬을 다녀왔다. 고모는 새로 이사를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살고 있는 아파트를 리모델링을 했고 우리는 집들이겸 방문을 한 것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고모네 집을 방문했는데, 가기 전까지는 도무지 고모네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과거에 몇 차례 고모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막상 가서 보니까 오래전에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리모델링을 해서 새집 같았는데, 고모는 매우 흡족한 듯,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집에 빨리 오고 싶다는 말을 했다. 고모가 사는 곳은 아파트로 둘러싸인 곳이었지만, 다행히도 거실 창밖으로는 나무들이 제법 보였다. 우리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고모가 직접 한 밥을 먹었고, 차와 술을 마셨다.


이튿날 우리들은 남이섬에 갔다. 아직 단풍이 본격적으로 들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 그래서 고요함과는 거리가 먼 산책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 전체가 산책하기 딱 좋았다. 다람쥐와 청설모, 토끼들은 섬 관계자가 일부러 풀어놓은 듯, 조금만 걸어가도 우리들 앞을 지나가거나 나무들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걷다가 좀 지치면 앉아서 쉬었고, 배가 고파오면 가게에 들어가 파전과 도토리묵을 시켜 먹었으며, 다 먹고나서는 커피를 마셨다. 무척이나 인공적인 섬이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모순적인 섬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전 겨울연가에서 보았던 그 고요한 풍경이 몹시도 그리운 건 왜였을까.


- 2019. 10. 5. 춘천 남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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