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도서관 잡담 2

시월의숲 2019. 11. 10. 22:23

얼마전부터 임시 개방을 하고 있는 도서관에 가보았다. 작년인가 개관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자꾸 미뤄지더니 결국 일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개관을 한다. 정식 개관일은 11월 13일. 하지만 임시 개관하여 얼마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무척이나 기다리던 도서관이 개관해서 기쁜 마음을 안고 갔다. 건물 중간에 정원이 있는 구조로 'ㅁ'자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영주선비도서관과 비슷한 구조였으나, 영주선비도서관이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경북도서관 역시 깔끔하고 세련된 구조가 좋았고, 여기저기 앉을 수 있는 다양한 의자가 마음에 들었으며, 무엇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자료실에 군데군데 만들어놓은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창 밖으로 저 멀리 산이 보인다. 그러니까 아직은 도서관 주변에 이렇다할 건물들이 없다는게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아파트 옆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아파트 단지와 상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나머지 삼 면은 아직 건물이 없어서 저 멀리 산과 나무가 보이는,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책을 읽는 곳이므로 창 밖 풍경에 그리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나는 창 밖으로 보이는, 거칠 것 없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목이 아파올 때 쯤,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바라본다. 창 밖으로는 푸른 하늘과 산의 매끄러운 능선이 보이고, 나무들이 햇살을 맞으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다른 한 가지는 야외 테라스가 있어서 햇살 좋은 날 편한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 도서관에 가서 대출증을 만들지는 않고, 마치 새로운 건물에 들어올 주인처럼 완공된 건물들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보내게 될 시간을,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책을 읽는 나를 상상했다. 아직은 일반자료실에 책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자료실의 책장은 앞으로 들어오게 될 많은 책들을 수납하기에 충분히 컸다. 나는 주로 예술과 문학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책장에 꽂힌 책을 살펴보았다.

 

어느정도 둘러보고 난 후, 한 시간 정도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내가 가져간 책을 읽었다. 이상하게도 도서관 특유의 답답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곳에 온 사람들은 어떤 기대감으로 가득찬 듯 보였다. 그들과 내가 뿜어내는 기대감과 설렘이 도서관 특유의 짓눌린 듯한 답답함으로부터 한 발짝 놓여나게 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예전에 도서관에 가면 느꼈던 보이지 않는 억눌림으로부터 나 자신이 스스로 놓여난 것인지도 몰랐다. 시간은 그런 식으로 나를 예전과는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는 타인의 시선이 조금 덜 부담스러운걸 보면. 아니다. 타인의 시선이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게로 향해 있지 않음을 이제는 좀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생겼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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