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문제는 인간

시월의숲 2020. 8. 8. 22:14

비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이제 그쳤나 싶으면 다시 오고, 그만 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텔레비전에는 연일 수해가 난 지역의 피해 상황과 앞으로 올 강수량을 예측하는 특보들로 가득하다. 아직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적으로 많은 비 때문에 사람들이 신음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남일 같지가 않은 것이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는 호우경보가 발령 중이고, 비는 여전히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이 비가 이제는 좀 그쳤으면 좋겠다.

 

물론 비는 누군가의 노여움으로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혹은 누군가를 증오하기 위해 내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기상상태의 변화는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얼마전에 본, 캐나다의 5천 년이나 된 북극 만년설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기사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가늠하게 만들지 않는가? 나는 이런 징후들이 볼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지쳐있는 와중에 또 이런 자연재해가 일어나다니. 이중, 삼중의 고통이 인간을 짓누르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경고는 벌써 오래 전부터 말해져 왔지만,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 역시 죄많은 사람이라서, 누군가를 비난할 처지는 못된다는 걸 잘 안다. 평소 너무나 편해서 아무런 가책없이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기만 봐도 그렇다. 그 수많은, 썩지도 않은 플라스틱을 우리는 하루에도 너무나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나는 때로 인간이란 스스로 자멸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구라는 행성에서 제일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공생의 가치에 대해서 이제는 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미 너무 늦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수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조금씩 치유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일단 이 비가 좀 그쳤으면 좋겠다. 흔히 물은 치유의 이미지로 사용되고는 하는데, 화가 난 물은 이렇듯 폭력의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인간이, 너무 많은 물 때문에 죽는 아이러니가 요즘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것은 이어져 있는 것일까? 이 와중에도 입추가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고, 자연은 스스로 순환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인간인 것이다.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미곶과 월정교  (0) 2020.08.17
지붕 위의 소  (0) 2020.08.11
잊혀졌거나, 잊혀지는 중이거나, 잊혀질 예정인  (0) 2020.07.24
하루키식 자기 앞의 생  (0) 2020.07.11
빠리 거리의 점잖은 입맞춤  (0) 20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