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비가 오다, 비가 내리다

시월의숲 2021. 8. 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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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작년처럼, 소가 지붕 위에 올라갈 정도의 폭우는 아니지만, 줄기차게, 정말 지치지도 않고 며칠째 계속 비가 내린다. 작년 이맘때 나는 '지붕 위의 소'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썼었다. 느닷없이 온 비로 소가 떠내려가다가 급기야 지붕 위에 올라가게 된 웃지 못할 뉴스를 접하고 쓴 글이었다. 지붕 위의 소를 지상으로 내리기 위해 크레인이 동원되고, 온몸이 줄에 감긴 채 땅으로 내려온 소들은 제 발로 서지를 못하고 자꾸만 옆으로 쓰러졌다. 그 소들의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게 벌써 일 년 전의 일이라는 사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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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년처럼 그렇게 유별난 비는 아니지만, 우중충하고 지루한 비가 며칠째 계속되니 좀 답답한 기분이 든다. 어제는 점심 때 잠깐 햇살이 비췄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날씨가 인간에게(적어도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그런 기분. 곧 자야 할 시간이지만,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레모네이드를 한 잔 만들었다. 레몬을 사다가 직접 담근 청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데 나름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자른 레몬의 단면을 보고 있으면 살짝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소소한 것들. 소소하게 느끼는 행복감이 많아지는 날들이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옛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처럼, 모든 것들이 다 마음먹기 나름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마음가짐을 많이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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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비는 '오는' 걸까 '내리는' 걸까 궁금해진다. 마치 '잠이 온다'와 '졸리다'처럼. 다 같은 의미일지도 모르겠지만, 뉘앙스는 미묘하게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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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내일은 조금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