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시월의숲 2021. 9. 16. 01:18

연일 계속되는 야근으로 많이 피곤하다.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자지도 않고 이렇게 블로그에 들어와 쓸데없는 글이나 쓰고 있다. 이건 어떤 보상심리 때문일까. 하루종일 일만하고 정작 나 자신을 위해 쓴 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책을 구입했다(그럴 정신은 있으니 다행이다).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과, 한강의 신작 소설, 그리고 요리책 몇 권. 요즘엔 독서도 거의 못하고 있는데, 책을 사는 걸로 그 안타까움을 달랠 수 있을까. 쌓여가는 책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강의 신작이 나왔지 않은가!

 

책 표지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제목은 <작별하지 않는다>. 책뒷편의 짧막한 글을 읽어보니, 이번 소설은 제주 4.3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5월 광주를 그린 <소년이 온다> 이후에 또 이런 묵직한 소재의 소설이라니. 어찌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있을까. 뒷표지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나는 이 문장을 읽고 그만 와락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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