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Lana Del Rey - brooklyn baby(feat. 'Maurice')

시월의숲 2022. 6. 11. 18:32

 

 

*

내가 언제 <모리스>를 보았지? 아무튼 그때는 무척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오래전에 보았으므로, 나는 이 영화 속 음악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는데, 위 영상에 쓰인 라나 델 레이의 음악은 마치 영화의 사운드 트랙이라고 생각될 만큼 잘 어울린다. 나는 혹시나 싶어 이 음악이 나온 시기를 찾아보았는데, 영화가 1987년에 제작되었고, 음악은 그보다 한참이나 뒤에 나온 것이었다. 영상을 보고 있으니 오래전 보았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난다.

 

나는 엉뚱하게도 이 영상을 보고 세월의 무상함과 그 무상함을 극복하는 것이 또 영화가 아닌가 하는 이중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영화 속 이십 대의 휴 그랜트를 보고 있으니 지금의 휴 그랜트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지만 반대로 이 영화 속에서만큼은 휴 그랜트는 영원히 이십대로 남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삶의 한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 짧은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잡아두는 예술, 어떤 이의 가장 눈부신 한 때를 고스란히 가둬둘 수 있는 예술, 특히 어렸을 때가 아니면 결코 발견할 수 없는 특유의 에너지를 어쩌면 영원히 영화라는 매체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예술 혹은 마법. 이 영화 속 휴 그랜트도 그렇지만, 비교적 최근에 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티모시 샬라메도 그러하다. 

 

쓰다 보니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하긴, 영화와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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