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잠자는 남자(un homme qui dort)

시월의숲 2022. 11. 26. 22:33

 

 

"시간의, 하루하루의, 주의. 계절의 저 흐름에 맞추어, 너는 모든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분리시킨다, 너는 모든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떼어낸다. 너는, 네가 자유롭다는, 그 무엇도 너를 짓누르지 않는다는, 네 마음에 들지도 않고 들지 않는 것도 아닌, 일종의 취기를, 가끔이다시피 할 정도로, 발견하곤 한다. 너는, 마모되지도 않고 가벼운 흔들림도 없는 이와 같은 삶 속에서, 트럼프나 다소간의 소음이, 네가 너 자신에게 제공하는 다소간의 스펙터클이 마련해주는 이 유보된 순간들을, 매력적이고, 이따금 새로운 감동으로 부풀어 오르기도 하는, 완벽한 것이나 거의 다름없다시피 한 행복 하나를 찾아낸다. 너는 완전한 휴식이 무엇인지 안다, 너는, 매 순간, 절약되고, 보호된다. 너는, 그 무엇도 네가 기대하지 않는, 저 축복받은 괄호 속에서, 약속으로 충만한 저 공백 안에서, 살아간다. 너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맑고, 투명하다. 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의 연속과, 나날들의 연속과, 계절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저는, 즐거움도 슬픔도 없이, 미래도 과거도 없이, 바로 그렇게 단순하게, 확실하게, 층계참의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분홍색 플라스틱 대야에 담긴 여섯 개의 양말처럼, 한 마리 파리나 혹은 바보 멍텅구리처럼, 게으름뱅이처럼, 달팽이처럼, 어린아이나 늙은 노인처럼, 한 마리 쥐처럼, 살아간다." (조르주 페렉, <잠자는 남자> 조재룡 옮김)

 

페렉은 1973년 Bernard Queysanne 감독과 함께 <잠자는 남자>를 영화화한다. 우리는 유투브에 영화 <잠자는 남자(un homme qui dort)> 필름을 발견한다. 하지만 호텔의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볼 수가 없다.(62~63쪽)

 

- 배수아, 『잠자는 남자와 일주일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