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버지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요즘 범죄도시2가 그렇게 재밌다면서? 관객이 천만 명 넘었다고 하던데."
"천만이 넘었다고요? 요즘 다들 그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하던데... 천만이 넘을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오늘 <범죄도시2>를 보았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테지만, 어쨌거나 영화는 내 개인적인 취향과는 별개로 일단 재미가 있었다. 하긴 재미가 없었다면 천 만이라는 관객이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도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며 좋아하셨다. 영화를 보고 나니 왜 이 영화가 천만이나 넘는 관객을 동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재미라는 건 참으로 주관적인 느낌이므로, 당연한 말이지만, 저마다 그것을 느끼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보기 전에 그 영화가 재미있다는 말만 들어서는 도대체 어떤 재미를 주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특히나 이런 대중적인 오락 영화(특히 깡패나 조폭, 형사가 나오는 한국식 수사물)의 재미라는 것은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거나, 실망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도 없었고, 손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특유의 위악적인 묘사나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어떤 편협한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는 한 마디로 단순명쾌했다. 아, 이건 결코 비꼬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칭찬이다. 선과 악의 대결을 이리도 선명하고 통쾌하게 그려 보인 한국 영화가 있던가? 감정에 호소한다는 것이 결국 질척거리는 신파가 되고 마는 어리석음이 이 영화에는 없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이 아닐까 싶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고,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듯 단숨에 목적지로 돌파하는 힘이 이 영화에는 있다. 물론 가장 통쾌한 것은 마동석만이 할 수 있는 엄청난 괴력의 펀치겠지만. 그 정의의 주먹질이 악을 향해 내리꽂힐 때 우리는 희열을 느낀다. 마동석은 마동석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손석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마동석의 굵은 주먹과 대조되는 칼날 같은 잔인함이 그에게는 있다. 그의 불꽃 튀는 에너지가 스크린 밖으로까지 느껴진다. 어쩌면 그는 이 영화를 끝내고 한동안 아프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