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이

시월의숲 2022. 8. 29. 19:57

모처럼 장거리 출장을 다녀왔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를 이용했다. 확실히 국도로 다니는 것은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풍경은 비에 씻긴 듯 선명했으며 산 중턱은 안개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풍경은 신비하게도, 음험하게도 보였다.

 

제법 큰 강과 좁은 다리를 지났다. 강 근처에 자리 잡은 오래된 마을을 지났다. 빛바래고 옹색한 간판들이 비에 젖어 더욱 남루하게 보였다. 장사를 하는지 의심스러운 낡은 간판을 단 다방이 있었고, 중국집이 있었고, 작은 식당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거의 땅에 닿을 것처럼 허리가 굽은 노인이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도로를 천천히 횡단하고 있었다. 커다란 트럭들이 지나가며 물보라를 일으켰고, 라이트를 깜빡이며 쏜살같이 지나가는 자동차에 놀라기도 했다. 열어놓은 창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피부에 와닿았다.

 

불현듯,

설명할 길 없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이 소름처럼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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