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시를 쓴다는 후배가 내게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후배는 그 책을, 다름 아닌 자신의 누나에게서 받은 것이었는데, 책 속에 누나가 자신에게 보내는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 아래에 자신이 내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말을 태연히 적어 놓았다. 나는 그 무신경함에 웃고 말았지만, 어쩌면 그때 그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그게 전부였으리라. '안톤 체호프'라는 이름은 그렇게 내 마음속에 각인되었다.
후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혹은 편지에 썼던가).
'우리는 모두 하얗습니다.'
우리는 정말 그런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이 (0) | 2022.08.29 |
---|---|
권진규의 테라코타 (0) | 2022.08.18 |
너는 지금 어디에 (2) | 2022.08.13 |
선물은 많은 얼굴을 가진다 (0) | 2022.08.08 |
실존적으로 혐오스러운 존재 (0) | 2022.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