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강아지를 대하는 두 가지 자세

시월의숲 2022. 10. 31. 00:54

우리들은 그때 사무실 근처에 사는 개가 새끼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어린 강아지 두 마리가 어미와 함께 우리 사무실 앞 잔디밭에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새 새끼를 또 낳았다니! 우리들은 개가 이렇게 빨리 새끼를 낳을 수 있는지 신기해했고, 이번에 낳은 새끼들이 총 일곱 마리라는 사실에 더욱 신기해했다. 어미개의 체구는 작았는데, 어찌 저렇게 작은 몸에서 일곱 마리의 새끼가 나올 수 있는지. 우리들은 새삼 경이로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들은 종종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와 조심스레 강아지들을 보러 갔다. 처음에 강아지들은 개집 안에만 있어서 보이지 않고, 어미개의 지친 모습만 볼 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한 마리 혹은 두 마리씩 집 밖에 나와 꼬물거리며 걸어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 강아지들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귀엽지 않을 수 없었다. 수박씨 같이 까만 눈동자를 가진, 일곱 쌍둥이 같은 강아지들은,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눈으로, 금방 잠에서 깬 얼굴로,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하는 표정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어미 뒤를 쫓아다니며 젖을 물려고 애를 썼다.

우리들은 하나같이 귀엽다를 연발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렇듯 귀여운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면 좋으련만, 사정 상 키울 수 없음을 다들 안타까워했다. 나 역시 그러했는데, 단순히 귀엽다고 해서 무작정 데려와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강아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누군가 갑자기, '난 강아지 별로야'라고 선언하듯 말했다. 우리들은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을 순 있겠죠... 그래도 강아지는 우리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잖아요? 아무 조건 없이."

"그렇긴 하지만, 강아지가 나만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

"저도 예전에 강아지를 키웠지만, 주인이라고 더 좋아하는 거 같지는 않더라고요. 강아지는 그냥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는 거죠. 나는 나만 좋아해 주는 강아지가 좋은데."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만을 위한 강아지, 나만 좋아해 주는 강아지, 라는 게 있을까? 나는 모든 강아지들이 다 귀여운데, 강아지들은 모든 인간들을 다 좋아하면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가 나를 좀 더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강아지에게 그걸 바랄 수는 없으니 어쩌면 좋으랴? 그래도 밥을 주는 주인을 좀 더 좋아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새삼 좋아한다는 게 뭘까 싶었다. 나아가 사랑한다는 건 또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