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내준 카프카의 『꿈』을 받고 나서 나는 좀 흥분했다. 내가 생각하던, 내가 언젠가는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형식과 매우 흡사한 책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앞으로 내가 쓸 글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예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카프카의 『꿈』이라는 작품이 아니라, 카프카의 일기와 메모, 편지와 산문 등의 글에서 꿈과 관련된 부분만을 따로 모아 편찬한 것이다. 책장을 펼치자, 서문의 시작은 이랬다 :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길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한 마리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변신의 첫 문장이다. 이것은 마치 하나의 강력한 암시처럼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 소설이, 사실은 주인공들이 꾸는 악몽이거나 혹은,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난 카프카의 머리에 떠오른, 악몽의 장면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암시.(배수아, 「올빼미의 없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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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쓴 「올빼미의 없음」을 다시 읽고 나서 나는 좀 흥분했다. 나의 경우, 언젠가 쓰고 싶다거나 앞으로 쓸 글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아니라, 그 단편 속에서 카프카의 『꿈』이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당신이 번역한 카프카의 『꿈』을 읽었으나, 그것이 당신의 소설 속에서 언급되어 있는 줄은, 우연히 그것을 다시 읽기 전까지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좀 흥분했고, 그렇게 흥분했다는 사실이 좀 우스웠으나, 기억이란 무엇일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읽은 것이 맞는 것인가, 라는 다소 진지한 고민을 아주 짧게 했다. 나는 당신이 쓴 소설 속에서 언급된 작품들이 실제로 당신이 번역한 책으로 나온다는 사실에 흥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번역'이지만, 어찌되었든 그것은 당신이 썼던 그대로, '언젠가는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형식과 매우 흡사한 책이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쓸 글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예감'의 한 실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내겐 그 예감의 실현이 마치 꿈의 실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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