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듣기만 해도······ 달리기를 잘할 것 같은 이름! 나는 그런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달리기를 잘할 것 같은 이름이란 과연 뭘까?(18쪽, 「여름방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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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지." 나는 그렇게 말해 보았다. 그리고 차에서 펜을 꺼내와 '내 자리'라고 쓰인 낙서 옆에 새 낙서를 했다. '그래, 니 자리.' 그러고 나자 그냥 어른이 된 나 자신이 그다지 실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55쪽, 「여섯 번의 깁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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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도중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가 관뚜껑을 열고 벌떡 일어나자 딸이 너무 놀라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거기에서 읽었다. 자신 때문에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죽고 싶지 않을까? 그래도 살아난 것에 감사하게 될까? 그 이야기만 떠올리면 눈물이 나곤 했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을테니까.(100쪽, 「어느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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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래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빨래가 흔들리면 그 주변의 어둠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착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옥탑방으로 이사를 했다.(203쪽,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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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감기에 걸리는 게 아니라 감기에 걸리니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거리고. 며칠 후에 그 문장 아래에 누군가 이런 글을 적어놓았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음.'(215쪽,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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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같은 거야. 그렇게 이상한 놈이 되는 건. 버튼 하나로 왔다갔다하는 거지. 그러니 스위치를 잘 켜고 있어야 해.(279쪽, 「스위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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