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그 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시월의숲 2023. 6. 8. 21:00

물큰한 물냄새가 났다. 바닥을 보니 비 온 흔적이 있었다. 아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곧 퇴근 시간이었다. 정리를 하고 사무실을 나오니 주위는 평소보다 조금 어두워져 있었고, 저 멀리 하늘에서 그르렁대는 소리가 났다. 비가 한바탕 오려나? 오랜만에 맡는 비냄새가 싫지 않았다. 초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불쾌할 정도의 습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바람이 선선하기까지 했다. 나는 조심스레 운전을 하며 사무실 건물을 빠져나왔다. 얼마쯤 왔을까? 빗줄기가 조금씩 세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고압의 호스로 물대포를 쏘듯이 비가 내렸다.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올렸다. 그렇게 얼마쯤 왔을까? 점차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집에 거의 도착해서는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집으로 오는 삼십 여분의 시간 동안 나는 가랑비에서 벼락같은 비까지, 비의 일대기를 지켜보았고, 모든 종류의 비를 경험했다. 그래서 조금 아니 많이 지쳤다. 조금 전까지 자동차를 뚫어버릴 기세로 내리 꽂히던 그 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소나기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망설여지는 그 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