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비오는 날 카페에서

시월의숲 2023. 7. 15. 22:37

 

끊임없이 비가 온다.

 

일이 있어 나갔다가 카페에 들렀다. 창밖으로는 마침 비로 인해 불어있는 강이 보였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핸드폰으로는 재난문자가 계속해서 오고 있었고, 폭우로 인한 피해 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창 안쪽에서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었으나, 창 밖 저 멀리 어딘가에서는 산사태가 나고, 건물이 무너지고, 급류에 휩쓸려 사람들이 실종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고 말았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둔 그 아득함과 두려움, 투명함과 불투명함, 선명함과 흐림, 안락함과 고통, 침묵과 아비규환. 그것들은 서로 얼마나 멀고 얼마나 가까운가.

 

창 이쪽에서 황토색의 강물을 바라보며 쓸데없는 생각에 잠겼는데, 문득 새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무슨 새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참새만 한 크기의 새들이 거센 강물의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수면 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저 새들은 뭘까. 물고기를 잡아먹으려는 걸까. 이 비와 거센 물살에도 개의치 않고. 나는 새들을 눈으로 쫓았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점차 어둠이 내렸고, 나는 카페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