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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그럼 당신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요?"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듣고부터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궁금해졌다. 뭐랄까... 아, 지금부터 나는 스트레스를 풀 거야!라고 작정하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 걸까? 이도저도 아닌 글을 쓰면서? 이도저도 아닌 말을 중얼거리면서? 아무 책이나 읽으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내가 이도저도 아닌 사람인 것만 같다. 뭐, 이도저도 아닌 사람도 있는 거겠지만, 세상엔.(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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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날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것도, 심지어 일기에 써넣을 몇 줄조차도 만들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언제나 잊어버린다.(메이 사튼, 『혼자 산다는 것』 중에서)
2023년의 마지막 날이다. 2024년을 맞이하는 문장으로 어떤가 싶다. 그러니까 새해에는 텅 빈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잊어버리지 않기를.(202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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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한 일이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던 한 도시가, 단 한 권의 책으로, 페소아라는 작가로 인해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은. 여러 겹의 우연이 겹쳐져 과거의 어느 날 내가 실제로 리스본 거리를 걸었다는 사실조차! 내가 그곳에서 페소아에 대한 어떤 것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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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작부터 긴장 늦추지 말라고 골치 아픈 일들을 던져주는구나. 한없이 나쁘게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것이 없고, 한없이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해 못 할 것이 없다. 어쨌든 일은 생겼고, 나는 그 일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답이 없을 것 같은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돌아보아도 빛이 보이지 않는다면? 아직 내가 찾지 못했을 뿐인가? 어제와 오늘, 피곤하고 처참한 기분마저 들지만, 무척이나 절실한 마음이었다.(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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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일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걸 미리 알 수 있겠니. 지나고 나야 알 수 있는 것을. 그러니 후회한 들 무슨 소용 있으랴? 지나간 일들은 잊고 지금 내게 주어진 결과를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수밖에는.(201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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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왜 하필 지금에서야?라고 묻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것은 과거의 어느 순간부터 계속 잠재되어 있다가 지금에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일 뿐. 그러니까 그것은 시한폭탄처럼 언제 폭발할 것인가의 문제였을 뿐. 지금 갑자기 불쑥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란 없는 것이다.(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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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을 에워싸고 떠도는 소문들을, 나는 언제나 냉담하게 듣는다. 슈니츨러의 소설 문장을 빌려와 말하자면, “한 인생 전체의 현실조차 바로 그 인간의 가장 내적인 진실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실의 나열에 솔깃해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한정원, <시와 산책> 중에서)
나 역시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실의 나열에 솔깃'해지고 싶지 않지만(나 스스로는 누군가의 삶을 에워싸고 떠도는 소문들에 냉담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많든 적든 어떤 사람을 판단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만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소문(혹은 사실)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들과 각자의 감정들이 서로 섞여서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어찌 알 수 있을까. 나는 요즘 들끓는 용광로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다. 결국 마음을 어떻게 다잡느냐가 문제인제, 더 큰 문제는 타인의 마음이 다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데 있다.(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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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같다는 것(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과 여자인 줄 알았다는 것의 차이에 대하여.(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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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슬픈 일이로구나.(202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