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검은잎

단상들

시월의숲 2024. 4. 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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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의 봄, 이라고 나지막이 읊조려본다. 누군가의 봄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의 봄은 어떤가 생각했다. 나에게 봄이란 무엇인가, 얼마나 남았는가 뭐 그런 것들을. 봄이 오자마자 봄의 덧없음을 생각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봄이란. 아니, 그저 나의 봄이란.(20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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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분명 그 소설을 읽었는데 도무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트위터에 올려놓은 소설 속 문장들을 다시 건져내어 읽어보아도 도무지. 나는 그 소설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20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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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상한 모임이었다. 우리들은 끊임없이 무슨 이야기를 하였으나 그것들은 겉돌기만 하고 서로에게 가 닿지 못했다. 초대를 한 이는 별 말이 없었고, 초대를 받은 이들 중 한 두 명 정도가 이야기를 했으나 그마저도 맥없이 흩어져버렸다. 먼지처럼 사라지고, 모래처럼 흩어졌다. 가끔 실없는 웃음이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애를 써야만 겨우 지을 수 있는 표정 같은 것이었다. 애초에 우리는 왜 만났을까. 아니, 우리는 만난 것이 맞는가? 머릿속에 의문들만 잔뜩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다. 봄바람이 차게 느껴졌다. 참으로 이상한 만남이 아닌가.(20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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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죽은 어린 새에 대해서 줄곧 생각했다.(2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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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꽃이 피듯, 감기라는 통과의례를 지나고 있다. 감기 기운에 마시는 커피는 많이 쓰구나.(20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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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많이 잔 것 같은데 역시 감기는 떨어지지 않는다. 걸린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주 오랫동안 앓고 있는 느낌이다. 감기 덕분에 안 그래도 더딘 내 독서는 잠정 중단되고 말았다. 반면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쩌면 감기는 멍한 시간과의 싸움일지도 모르겠다.(202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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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일.(202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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