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검은잎

단상들

시월의숲 2024. 7. 1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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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느 조직에서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타인에게 얼마나 오만해질 수 있는가. 무심히 흘러나오는 오만과 무시의 언어들. 그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물론 나만의 자격지심이길 나는 바란다.(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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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하루가 일주일 같다. 허나, 집에 왔으니 다른 생각을 해야지. 일터에서의 일은 일터에서 고민하고. 퇴근하고 와서까지 일터에서의 일을 고민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말이다.(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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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든 며칠이든,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게 중요하구나. 저번 주말에는 일하러 나가기도 했고, 몸과 마음이 지쳐서 청소를 안 했더니, 방바닥에 머리카락과 먼지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눈 질끈 감고 주말이 오기를 기다려야지.(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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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 속을 진 빠진 물고기처럼 유영하다 집에 돌아와 하는 샤워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한낮의 사무실에서 틀어놓는 에어컨의 차가움이 시원하다기보다 독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내 몸 어딘가가 약해져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지금 어디를 지나가고 있는 걸까.(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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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늦잠 자는 것도 힘들다. 대충 늦은 점심을 해 먹고, 빨래를 하고, 화초에 물을 주고, 마른 가지를 솎아주고, 청소기를 돌렸다. 몸을 움직이니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다. 지난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몸은 무겁지만, 차분히 일상의 일들을 하는 이 시간이 귀하다.(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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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 책의 영향 아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때로 그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라도. 이건 내 더딘 독서에 대한 변명일까?(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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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속에서 사람들은 당신의 얼굴을 하고 있어.

- 유디트 헤르만, <레티파크> 중에서

 

하지만 당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네.(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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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로 연일 흐린 날씨였는데, 오늘 오후엔 잠시 햇살이 비췄다. 파란 하늘이 얼마나 반갑던지. 요즘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던지, 흐린 날도 있어야 맑은 날도 있다던지, 하는, 어쩌면 고리타분한 말들에 매달리고 있다. 절실하게.(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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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나? 아니, 그동안 내가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구나. 늘 시험에 든 것 같은 기분은 참으로,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적응한다는 것은 스며든다는 것일까 체념한다는 것일까.(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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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장마는 잠시 소강상태였고, 물기 많은 바람이 피부에 와닿았다. 풀들은 무성해지고 녹음은 더욱 진해져 있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바람의 감촉과 전력을 다해 우는 매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녹색의 세계에서, 나도 녹색이 되고 싶었다.(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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