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고리

어떤 절실함

시월의숲 2024. 11. 21. 18:43

 

 

*

요즘엔 비가 세차게 오는 추운 날씨에 깊은 산속에서 작은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들의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외부의 환경은 암담하고 춥지만 텐트 속 작은 난로와 침낭의 온기로 밤을 지내는 인간이라는 존재. 나는 지금 무언가 절실한 걸까 아님 절실함이 필요한 걸까.

 

 

*

캠핑하러 가기 며칠 전에 나는 저런 글을 썼다. 캠핑하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내가 처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그런 흐름을 만든 것일까. 오래전 친구들과 한여름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잔 경험 외에는 캠핑을 거의 하지 않던 내가, 뭘 하든 귀찮아하는 내가 캠핑을 하게 되다니. 그건 사려 깊은 내 사촌 때문이었다. 사촌이 말했다. '그냥 몸만 와. 준비는 내가 다 할게.'

 

비가 세차게 오지는 않았지만,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산속의 기온은 밤에 뚝 떨어졌다. 전혀 암담할 일은 아니었으나, 거짓말처럼 나는 텐트 안에 있었고, 작은 난로와 침낭의 온기로 밤을 지냈다. 나는 절실함을 찾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일까 아님 어떤 절실함이 나를 그곳으로 이끈 것일까.

 

그저 안전하게 쳐진 울타리 안에서 '즐기는' 하룻밤의 캠핑을 두고 절실함 운운하는 것도 우습긴 하다. 나는 고작 인간이 만들어놓은 자연의 울타리 안에서 응석을 부리다 온 것일 뿐.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치유를 받는다는 건 오로지 인간의 생각일 뿐이고 자연에게 인간은 백해무익한 존재라는 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가는 길에 펼쳐진 풍경만으로도 이미.

'토성의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영  (0) 2024.12.31
무려 칠백 년이라는 세월을  (0) 2024.11.10
가을 느낌  (0) 2024.09.28
오래된 것들  (2) 2024.08.03
密陽  (0) 202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