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차분히 앉아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쓸 생각조차 없이 - 하지만 무언가라도 쓸 요량으로 - 하얀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때가 언제였던가 싶다. 한때의 호기심으로 트위터에 짤막한 생각을 올리면서부터 블로그와는 좀 멀어진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물론 트위터에서의 단상을 블로그에 옮기기도 하고, 거기서 비롯된 생각을 좀 더 길게 적어보기도 했지만 어쩐지 트위터를 하기 전에, 내가 블로그를 대하던 그 마음으로부터는 좀 멀어진 듯 느껴졌다. 아무렴 어떠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마음 같은 것이 있었다(그런 이건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트위터를 하기 전에도 블로그에 글을 그리 자주 올리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내 마음속에 내 삶을 조금이라도 길게 적어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트위터용의 짤막한 몇 개의 문장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언뜻 떠오른 생각의 끈을 좀 더 길게 잇고 보태서 구체적인 형상을 얻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트위터에서의 왁자지껄함과 그 뜨거움과 차가움, 혼돈의 도가니에서 벗어나 좀 더 차분한 마음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적어도 이 블로그만큼은 어느 정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누가 보든 말든 간에. 물론 아무 말이나 쏟아낸다는 면에서 트위터와 비슷한 지점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가? 무엇이 이상하고, 아름다우며, 참혹한가? 무엇이 슬프고, 고통스러우며, 기쁜가? 늘 그렇듯 문제는 그것이었으며, 그것이고,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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