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약속 시간은 마침 탄핵안 표결을 하는 시간이었고, 나는 표결을 다 보고 나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나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탄핵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농담조로 말했다. "네가 정치에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는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 "그러니까, 나처럼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도 저절로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세상이라니." 그러고는 불법적인 계엄령에 대해서, 포고문에 실린 그 무시무시한 말에 대해서, 탄핵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평소 정치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거리에 나가 목청껏 소리치며 부당함을 외친 저 보통의 시민들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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