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시월의숲 2024. 11. 30. 01:09

'뇌'크리에이션 강사가 말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빈 종이를 반으로 접어, 한 면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적고 다른 면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적어보세요."

 

내가 원하는 것을 적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으나,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적는 일은 어쩐지 망설여지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다 생각난 듯 '질병', '상실' 같은 단어들을 써 내려갔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던가? 그런 생각이 들자 이내 슬퍼졌다.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싫은 건 싫은 거라는 소심한 반발심도 들었다. 피할 수 없다고 그것을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좋아할 수 있는 일도 아니므로. 다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받아들이게 될 뿐. 그렇다. 받아들이지 않을 재간이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이 쓰인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이어서 강사가 말했다.

 

"원하는 대로 되어 있는 모습을 계속 상상하세요.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바로 그 상상 속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