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으로, 서울역에서부터 명동성당까지 걸어서 막 도착한 참이었다. 하지만 성당을 보기 전에 먼저 본 것은 구걸을 하고 있는 부랑자였다. 나는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그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몇 년 전 스페인의 세비아 대성당에서 본 걸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화려한 대성당과 정반대로 아주 초라하고 남루한 모습의 걸인. 그것은 내게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게 했다. 그때의 그 느낌을 명동성당 앞에서도 느낀 것이다. 물론 명동성당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활기찬 도시의 모습과는 무척 대조적인 그 풍경이 어쩌면 서울이라는 도시를 온전히 설명하기 위한 또 다른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당은 내 생각과는 달리, 주위에 높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성당 역시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포위당했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너희들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천천히 성당 주위를 걸었다. 오전이어서였는지, 원래부터 성당 특유의 차분함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순전히 나만의 느낌일 뿐인지, 도심 속 분주함과는 다른 고요함이 있었다. 마치 사람들로 가득한 청계천에서, 주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홀로, 냇가 한가운데 서 있는 백로처럼. 그 백로가 가진 특유의 침착성과 고요함이.
이상하지.
뭔가 간절한 마음이 되었다. 이 혼란스럽고,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오는 시국이어서 더 그랬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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