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치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한 설명에 따르면, "정치란 사회적 가치, 즉 희소한 자원의 권위적 배분"입니다. 이 말은 정치권력을 누가 갖고 있으며 어떻게 행사하는지에 따라 배분도 달라진다는 얘기입니다.(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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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스스로가 자원 배분에 대한 통제력을 갖겠다는 이상,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입니다.(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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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아닌 추첨, 이것이 바로 아테네식 민주주의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테네 시민들은 왜 추첨을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장치로 활용했을까요? 아테네 시민들은 통치자가 일반 시민들과 분리되어 계속 통치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유는 통치하는 것과 통치 받는 것을 번갈아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추첨제와 단임제를 통해, 통치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시민에게 그 기회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아테네 시민들이 추첨제를 도입한 것은 엘리트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입니다. 자원 배분을 엘리트가 결정하면 결국 자신들이 지배받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30~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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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누가 더 탁월한가, 혹은 누가 더 도드라져 보인가를 두고 경쟁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사람이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만큼 재력이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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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서로 합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인정하는 자세를 뜻합니다. 그리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면, 그 사람의 관점에 동의하지는 않아도 단기간 동안은 그가 현직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줘야 합니다. 이런 민주주의의 경합적 모델이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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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치에서 오래된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계급 배반 투표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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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갈등이나 집단 이기주의는 나쁜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갈등을 해결해 주는 정치체계가 아닙니다. 시민들 스스로 갈등 해결의 주체가 되어 이익 결사체를 만들고, 서로 갈등하면서 균형점을 찾아 가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 본연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갈등은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엔진인 것입니다.(130~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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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불평등을 막고 자본주의의 탐욕을 규제하는 역할은 결국 정부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정부를 움직이는 것은 민주주의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에 대해 민주주의가 우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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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적 소유가 아니라, 사적 소유가 남용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적 소유로 얻었다는 결과물이 자신이 노동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기업의 구성원이 되어야 하며, 그만큼 기업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고 그 수확물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사적 소유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적 소유라는 개념을 좀 더 보완하자는 주장입니다. 자신의 노동으로 생긴 수확물을 자신이 가져가는 것이 사적 소유의 본래 모습이었습니다.(238~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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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우리 시민들이 그 속에서 일하고 소비하고 생존하는 또 다른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우리의 자치권, 우리의 민주주의가 꽃피워야 할 공간이기도 합니다.(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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