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는 것은 새들의 지저귐이다. 나는 건물에 들어가기 전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본다. 희한하게도 새들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선명하다. 그런데 그 소리가 무척 경쾌하여 잠이 다 달아날 정도다.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 무겁던 출근길이 한층 가벼워진다.
그러다 오늘 오후 잠시 머리를 식히러 건물 밖을 나왔다가 새들을 보았다. 새들은 여전히 경쾌한 목소리로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들자 거기 거짓말처럼 아주 작은 새들이 건물의 구석구석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이곳은 원래 저 새들의 집이었는지도 몰라.
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는 온통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으며, 야트막한 산이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푸른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원래 저들의 집에 우리가 차가운 건물을 지었으나, 그 차가운 집에도 저들이 날아와 살고 있으니, 이건 다행일까 불행일까, 아님 그 무엇도 아닌 걸까.
새들은 내 이런 생각은 아랑곳없이, 내가 해독할 수 없는 소리를 목청껏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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