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 대한 답답함은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선거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재의 정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역주의, 이념, 당파성 등 국민을 갈라놓고 줄 세우기 해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현행 정치 구조를 깨뜨리지 않고는 한국 정치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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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들과 대통령의 관계는 법률적, 제도적 관계이기보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신임이라고 하는 개인적 관계에 기초해 있다. 그리고 비서실의 일차적 관심은 정책보다 대통령 개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국가 정책 전반을 총괄적으로 살펴보거나 정책의 효율성을 따지기보다 대통령의 뜻을 받느는 것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의 뜻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만큼 비서실은 동질적이거나 폐쇄적인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고 외부의 우려나 비판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기도 어렵다.(8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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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종종 제시되어 왔던 미국형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 정부 등과 같은 이상형을 중심으로 한 논의에서 벗어나, 그간의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 혼합형 체제에 대한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외국의 제도에 대한 그대로의 모방보다 임시정부 이래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우리 정부 형태의 특성에 대한 이해 속에서 바람직한 대안에 관한 모색이 필요하다.(100~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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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헌법을 만든 이들은 권력에 대한 불신, 인간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출발하여 정치 시스템을 고안했다. 권력을 담당할 자들의 선의에 의존해서, 혹은 그들의 '준법정신'에 의존해서 애매한 권한의 배분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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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는 소극적 목표를 넘어 개방적이고 공정한 대표성의 확립,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의 자유, 비례성의 확보 등 민주적 가치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 정치를 개혁해나가야 할 때다.(182~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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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합의란 절대 만장일치일 수 없다. 이 복잡한 사회가 같은 생각을 갖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합의는 여러 가지 형태의 토론과 협의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모두의 뜻이 합치되었다 하더라도 토론과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이뤄진 다원적 만장일치의 형태다. 사회란 원래 불일치나 다양성으로 구성되며 합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당정치는 이처럼 민주주의의 발달과 함께 비로소 자리 잡게 된다.(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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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지역주의가 선거를 말 그대로 '지배'해왔다. 사실 당시 정당들은 모두 보수 정당으로, 이념 및 정책적 차별성 없이 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모습만 띨 뿐이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이러한 지역주의에 단순 다수제 선거제도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정당의 진입은 쉽지 않았다. 지역주의 정당들만이 존재하는 폐쇄된 정당 체제였다. 곧 지역주의 정당들끼리 권력을 독점하는 카르텔 정당 체제였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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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경험이 일천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이 대중매체의 출현이나 다른 비정치적 활동을 통해 인기를 높이고 그러한 인기가 여론조사에 반영되면서 일약 유력한 정치 지도자군으로 떠오르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를 꼭 정치인들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문제는 이들의 정치력이나 정책 능력, 러더십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그러한 능력이나 덕성에 대해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의 '이미지'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유력한 리더로 떠오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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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거대 양당처럼 정치적으로 아무리 욕을 먹는다고 해도 선거 때마다 거의 100석 가까이 보장되는 상황에서는 내부 혁신이나 변화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게 된다. 독과점적 상황에서는 정당정치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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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경제력과 군사력만 있으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가치에 기반을 둔 문화에 있고 이는 정치적인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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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국가가 중심에 있었다. 우리의 민주화는 독재에 맞서 정치적인 권리를 얻어내기 위한 오랜 투쟁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 30년이 지나면서, 정치에도 다양한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시민사회도 상당히 강건해졌고, 제도적인 민주화도 과거에 비교할 때 튼튼히 확립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의 의식은 모든 정치적인 책임을 국가 권력에 미루고만 있는 상황이다.(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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