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 앞에서 비굴해져. 만족스럽게 먹지 못한 사람은 음식 앞에서 비굴해지고, 사랑에 굶주린 사람은 지나치게 사랑받기를 원하지. 거처에 집착하는 사람은 애초에 지낼 곳이 없었던 거야.
- 『히카루가 죽은 여름』 중에서
*
『히카루가 죽은 여름』을 봤다. 올 여름에 올라온 애니메이션인데 이제야. 아주 천천히, 잊을만하면 한 편씩, 한 겨울 곶감 빼먹듯 그렇게. 그 사이 영화도 몇 편 보았다. 내 넷플릭스는 그렇듯 아주 느리게 굴러간다. 이전에 보았던 『장송의 프리렌』이 그랬듯. 재미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소위 BL물이라고 해야할까? 미스터리 호러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것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명분일 뿐, 실은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그 명분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결말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진상이 드러나는 클라이맥스 부분이 너무 설명조여서 맥이 빠졌지만(좀 더 다이내믹한 액션을 기대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누키'가 진짜 어떤 신인지 밝혀지는 대목은 좋았다.
네가 어떤 존재일지라도,
이미 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다 보고 난 뒤 떠오른 문장은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