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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편지만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내게는 있다. 마치 동굴 속 돌의 울음처럼 내 안의 무엇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돌이 우리의 마음을 끄는 것은 우리에게는 결핍된 기나긴 영속 때문이다.(배수아, 『속삭임 우묵한 정원』 중에서)
그래서였을까? 돌이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이. 내게 결핍된 기나긴 영속 때문에?
흐린 구름 아래 모노톤으로 번지던 바다에서, 내 눈을 끈 것은 작은 돌들이었다. 나는 그 돌을 집어 집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내가 가져온 돌은 바닷가에 있던 그 돌이 아니었다. 집으로 가져온 돌은, 자신을 이루고 있던 무언가를 영영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마치 빛이 꺼지듯. 파도 소리를 영영 들을 수 없게 된 돌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내가 속한 이곳을 떠나더라도 '나'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도 잘 안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나는 나를 잃고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비관적인가? 나는 지금의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무엇이 나를 갉아먹고, 진정한 나로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가? 아니다. 애초에 질문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무엇이 진정한 '나'인지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변해버린 돌을 보면서, 어쩌면 변한 것은 돌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늘 그렇듯, 소란스러운 침묵으로 가득한 바다에서. 나는 바다가 들려주는 그 무엇도 알아듣지 못한다. 내 안에 멈추지 않는 무엇은 무엇인가? 마치 동굴 속 돌의 울음과도 같은 그것은 내 안에도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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