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5 2

단상들

*인사를 하기 전까지는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잘 지내요, 그동안 고마웠어요,라고 내뱉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운. 이런 게 말의 힘일까. 기대는 없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하는 일에 기대라는 감정을 느낄 수는 없었다. 기대란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걸 말하는데, 나는 일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20250228)  *탄핵을 둘러싸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 내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 - 여러 인간 군상들의 발언과 행동을 보면 새삼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깊이(하지만 비관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의 존엄함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혐오스러움을 먼저 깨닫고 경악하게 되는 것..

입속의검은잎 2025.03.15

로베르트 발저, 《벤야멘타 하인학교-야콥 폰 군텐 이야기》, 문학동네, 2009.

우리가 받는 수업은 우리에게 인내와 복종을 각인시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둔다. 이 두 가지 특성이 몸에 밴 채료는 성공한 턱이 없다, 아니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7쪽)  *  샤흐트는 매우 하얀 얼굴과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졌다. 그들은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영혼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 같다.(14쪽)  *  나는 하소연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하소연을 듣고 나면 상대방을 보다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되며, 그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동정심을 갖게 된다.(15쪽)  *  무엇인가를 잃는다는 것, 그것에도 향기와 힘이 있다.(23쪽)  *  어떤 종류의 솔직함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24쪽)  *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우스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