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3

개 이전에 짖음

이 산책로는 와본 적이 없는데 이상해.다정한 편백나무들 그림자들 박쥐들가지 않은 길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어요?만나지 않은 사람과 헤어진 적은? 어제는 죽은 사람과 함께 걸어갔는데마치 죽지 않은 사람처럼 그이가 내 팔짱을 끼었는데내 팔이스스르 녹아갔는데 기억하나요? 여기서 우리는 보자기를 바닥에 깔고 앉아 점심 식사를 했었잖아요. 보자기라니 정말 우스워. 식빵에 잼을 발라 먹었죠. 오래전에 죽은 강아지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는데 대낮이고 사방이 캄캄하고 처음 보는 길이었지. 길을 잃기에 좋은 길이었다. 이미 죽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가 왈왈, 짖고 싶은 기분이었다가 아마도 나는 당신의 미래의 오후의 꿈속에조용한 기억에 담긴잼 같은 것인가 봐요끈적끈적 흘러내리나요.달콤한가요. 강아지 한 마리가 왈왈..

질투는나의힘 2025.03.30

이 불완전한 세계에서

2013년 2월 1일에는 비가 왔나 보다. 그리고 그때 나는 조용미의 시집을 읽고 있었던 것 같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니, 그날은 비가 왔고 나는 조용미의 《기억의 행성》을 읽었다. 당시 내가 쓴 글을 2025년 2월의 내가 다시금 읽고 있으므로. 시인은 〈기억의 행성〉이라는 시에서 '지구의 정체는 바로 인간의 기억'이라고 썼다.   나는 기억의 행성인 지구에 속해있지만, 내 기억은 늘 불완전하다. '지구 전체의 기억은 많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기억은 극히 적'고 '기억의 행성 지구는 사실 기억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시인은 말한다. 지구는 결국 변형된 기억으로 남게 된다고. '신성한 지구만 우주의 기억 속에 남게' 될까?   사라진 기억에 대해서 생각한다. '기억'은 사라지고, 사라졌다는 사실만..

흔해빠진독서 202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