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소리굽쇠에 대해서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소리 굽쇠는 저마다 일정한 파장의 공명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개의 소리 굽쇠를 쳐서 너무 가까이 맞대면
파장이 일그러진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서로에게 아무런 파장도 일으키지 못하게 되죠.
즉, 두 소리 굽쇠가 서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랑도 이와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요.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할 때는 서로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가까이 두려하면 소리굽쇠의 파장처럼 망가지고 만다고.
서로 아름다운 공명을 내며 조화롭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깨달음.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아마도
서로간의 적당한 거리두기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하지만, 늘 그렇듯
사랑에 대한 깨달음은
그 사랑이 떠나고 난 후에야 찾아오는 것.
아마도
사랑의 비밀은 헤어짐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04.8.23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를 쓴다는 것, 혹은 일기 쓸 일이 없다는 것 (0) | 2005.03.20 |
---|---|
핸드폰 유감 (0) | 2005.03.20 |
한밤의 귀뚜라미 음악회 (0) | 2005.03.20 |
내 작은 손 (0) | 2005.03.20 |
너의 전화 (0) | 2005.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