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만종 - 고찬규

시월의숲 2005. 4. 10. 11:23

만종

 

 

/ 고찬규

 

 

구부린 등은 종이었다

 

해질녘,

구겨진 빛을 펼치는

종소리를 듣는다, 한 가닥

햇빛이 소중해지는

 

진펄밭 썰물 때면

패인 상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호밋날로 캐내는, 한 생애

 

쪼그린 아낙의 등뒤로

끄덕이며 끄덕이며 나귀처럼

고개 숙이는 햇살

어둠이 찾아오면, 소리없이

 

밀물에 잠기는 종소리

 

 

 

(시집, '숲을 떠메고 간 새들의 푸른 어깨', 문학동네)

 

*********

 

펄밭에 쭈그리고 앉은 아낙네의 구부린 등에서

종을 보는 시인의 저 눈!

그 거룩한 종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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