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나를 위로하며 - 함민복

시월의숲 2005. 9. 18. 18:30

 나를 위로하며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함민복 시집,『말랑말랑한 힘』 중에서>

 

 

아, 오랜만에 함민복 시인의 시집을 읽는다. 처음, 그의 수필집 <눈물은 왜 짠가>를 읽고서 오랫동안 가슴이 따스했던 기억이 있다. 생활은 가난할지라도 마음만은 절대 가난하지 않음을, 가난하지 않을 수 있음을 그의 글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친 나를 따스히 위로해 주었던 그의 언어들...

 

그의 수필도 좋지만 진정 그의 진가는 시에서 발휘되는 것 같다. 특히 긴 시가 아니라 짧은 시들에게서. 위의 시도 짧지만 얼마나 긴 울림을 주는가. 삐뚤삐뚤 날아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라니! 그 나비를 보고 자신의 마음을 생각하다니. 늘 불평불만 많고 곱지 못한 내 마음이 저 나비처럼 꽃송이 찾아 앉듯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시인은 삐뚤삐뚤한 자신의 마음이라도 결국 꽃송이에 찾아 앉을 것이라고 위로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듯, 나도 그렇게 나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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